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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식] 왜 우리는 그토록 한국을 떠나고 싶어할까

느린비 2018. 1. 14. 18:50

내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둘 씩 한국을 떠난다. 

대학교 친구는 졸업하자마자 이미 미국으로 건너갔고 
또 다른 대학교 친구도 이번년도에 캐나다로 어학과 일을 하기 위해 간다. 어제 만나서 서로의 앞 길을 위로하였지. 

여행하다 만난분도 직장을 잠시 쉬고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가신다고 한다. 
학원에서 같이 영어를 공부한 친구도 캐나다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친 후, 한국에서 일을 하다가 캐나다에 정착하기 위해  캐나다 대입 시험을 보고 있다.

같이 인턴을 했던 동기 언니도, 어느날 인스타를 보니 캐나다에서 이미 대학을 입학 하였다.
언니와 일을 할때도, "돈을 모아서 스페인이나 캐나다로 갈꺼야."라고 말을 하였었다. 아 언니는 꿈을 이루었구나, 

예전 대학에서 봉사활동을 한 오빠는 대기업에 꼭 입사한다고 하였다. 대기업을 가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 물으니 
"00기업의 해외 주재원"에서 일을 하는게 목표야."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아. 그 오빠는 지금 목표한 기업에 입사하였다. 

한국에서 유명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친구는 말하였다. "일하면서 생리대 갈 시간도 없어" 
아 정말 노동강도가 보통이 아니구나. 슬펐다. 그친구는 경력을 좀더 쌓은 뒤 미국 간호사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였다. 

스터디를 같이 했던 오빠는 대기업에 근무 중인데, 경력 7년차다. 자신은 결혼도 연애도 별로라고 하였다. 
몇년만 더 일하고 퇴직한 돈으로 세계여행 후 해외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차릴거라고 하였다. 

위의 사례말고도 몇몇 친구들이 더 있다. 
나는 이러다가 앞으로 "한국에 친구가 없을거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친구들과 우리 몇년 뒤에 모임은 "**이 사는 미국이랑 **이가 사는 캐나다 중간 쯤에서 모이자" 라는 말이 나왔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초중고 대학교 졸업하고
한국 땅에서 일하며 한국 음식없이 못사는 "한국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한국 사회를 경멸하고 질려하며 항상 떠나고 싶어한다. 
 
한국을 떠나서 해외생활이 순탄한 것도 아닌데, 
한국을 떠나서 잘 사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다들 한국에서 자신의 삶을 기꺼이 버린다.

나도 그랬었다. 아마 지금도 그러하다. 

대학생 때 교환학생을 가기위해 틈틈이 기회를 엿보았으나, 학과 특성상 교환학생을 다녀오면 졸업이 밀리는 바람에 접어야 했고 (해외 생활비 문제도 컸었다)  
내가 쥐꼬리만한 인턴 급여를 모으고 또 모아서 먼저 한 일은 "유럽 배낭여행 & 봉사활동" 이었으며,
작년은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계획하였다. (여러곳을 가고 싶어하는 바람에 실패;) 
 
지금도 한국을 떠나겠다는 생각은 버리지 않았다. 


예전에 "한국이 싫어서"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 
제목부터 흥미롭다. "한국이 싫어서라니" 덜컥 책을 집어들고 그자리에서 바로 읽은 책이다. 



주인공 계나의 "한국탈출기?" 한국에서 탈출에서 어떻게 호주에 살게 되었는지, 한국을 왜 떠나게 되었는지, 등등의 그런 이야기이다. 

"내거
여기서는 살겠다고 생각하는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타고,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책을 읽고 느낀 건, "요즘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구나. 모두 한국을 탈출하고 싶어하는"

계나는 결국 호주 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회계관련 일을 하게 되고, 호주 시민권을 얻게된다. 


나는 
나는 떠나고 싶어했다.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면서 생각했다. 내가 지금 사는 도시를 떠날 것이라고 
대학교를 다니면서 생각했다. 내가 지금 사는 나라를 떠날 것이라고 
직장을 다니면서 생각했다. 내가 지금 일하는 직장을 때려치고 떠날 것이라고

그렇게 항상 관계를 단절하고 제발 떠나고 싶어했다.

나는 한국이 싫다고 
왜 하필 이런 나라에서 태어났냐고 

내가 왜 이 늦은 시간동안, 야간자습 활동을 해야했는지
내가 왜 대학입시를 하면서, 스스로를 저주하면서 해야했는지, 재수를 하면 죽을꺼야라고 매일 되새겼는지 
내가 일을 하면서, 상사가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이 조직이 너무 힘들고 감당이 안된다고 왜 집에 오면 밤 12시가 넘었냐고,

그 당시에는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다. 
그냥 그저 떠나고 싶었을 뿐이다. 왜? 라고 물어보지도 못하였다. 

어렸을때나 지금이나 같은 문제는 반복되었고 
스스로를 괴롭혔다. 

이게 나 개인의 문제인가? 주변 환경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제인가?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요즘은 과거를 되새김질 하면서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을 해본다.
스스로 질문에 대해 답을 찾기위해 사회학 책, 심리학 책을 많이 읽는데 


최근 읽은 책은 심리학자 황상민의 "마음읽기"이며, 거기서 나온 글에 의하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면 더이상 세상을 살아가는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특성을 찾아 마음이 가는대로 살면된다."
 
"자신의 문제를 마주하지 않고 회피하면 도망간 곳에서도 또 다른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잘 알게 된다면 나 자신의 특성을 찾아 내 마음대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신의 성향과 삶의 방식에 대해 뚜렷하게 이해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책을 일고 난후, 조금은 알것 같았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내 팔다리를 스스로 잘라낸 것이 아닌지,
그러고 나서 피가 흐른다고, 피가 넘처 흐른다고 소리지른 것은 아닌지,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서 항상 회피하다가 

매일 똑 같은 문제상황을 겪는 것인지, 


너무 그동안 남의 시선을 의식한 것 같았다고, 
남들 해야하는만큼 해야한다고, 

나 자신과 내 성향을 잘 알면 
한국을 떠나지 않고도 스스로 만족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방법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래도
나란 사람은
그냥 떠나고 싶으면 언젠가는 떠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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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dandan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