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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이후] #4. 퇴사 후 여행을 갔습니다. 그래서 남는건요?

느린비 2018. 1. 15. 20:24

작년 급작스런 사고(?)로 인해 
급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사고는 아니구요. 뭐 직장에서 내적 외적 갈등,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악화 등의 이유..) 

우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한의원과 신경외과를 들락날락 하였습니다. (건강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건강이 차차 나아질 때 쯤, 든 생각은 

"어여 여행을 가자. 이 아까운 시간이 다 흘러버리기 전에"

원래는 일하면서 휴가를 3일 정도 내고, 태국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밀리고 밀리다보니 가지 못했었죠. 

그래서 태국과 더불어 미얀마를 제대로 다녀오자. 이번 기회에!!!
재빨리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한달 동안 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심했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의 꿈이죠. 퇴사 이후, 세계여행...해외여행

제가 특히 멀리 여행을 가고 싶었던 이유는... 한국 땅에 있고 싶지 않아서.. 
 
한달동안 다른 나라땅에서 그냥 하고 싶은대로 먹고싶은대로 
남의 시선 상관없이 막 놀고 쉬고 싶었거든요. 
마음의 아픔, 정신의 아픔을 빨리 잊고 싶었어요. 


배낭을 메고 한달동안 미얀마와 태국을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작년 11월 12월의 일이네요.


한국도 잊고 회사도 잊고 
난생 처음 보는 음식도 맛나게 먹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관광지를 열심히 돌아다니고 
하루는 숙소에서 잠만자고 수영도 하고 
새로운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사진을 좋아하여 사진도 열심히 찍었고 
가지고 간 물감으로 그림도 그리
정말 멋진 풍경을 느끼고 

저비용, "중간 퀄리티"를 추구하는 배낭여행을 하여 
몸도 쫌 고생을 하였습니다. ㅎㅎㅎ
(저비용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 돈벌 구석이 없으니... 한달 여행비용은 비행기값 포함 150만원..아... 자랑스럽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여행에서 마지막 날은 아 이제 여행도 끝났는데... 
나는 어쩌지. 한국에 가서 어쩌지. 

아마 저와 같은 상황을 겪은 사람들이라면 하는 생각이죠. "아...여행이 끝났다. 다시 한국에..휴" 


그래요.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에서의 일상이 또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주변에 변한건 1도 없습니다. 
퇴사 후, 여행을 다녀왔다고 해서 다이나믹한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여행작가가 된것도 아닙니다. 

여행비에 돈을 쓰느라 모은 돈은 줄어들었고 
앞으로 돈은 어떻게 벌어야 할까? 직장을 빨리 잡아야 할까? 나만 뒤쳐지는 걸까? 
나는 뭐하는 인간이지?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하죠. 


하지만 조금의 변화는 있습니다. 

내 주변 상황의 변화는 없습니다만, 
자신은 분명 조금 달라진 점이 있을거에요. 

> 여행이 '생각 여백'을 만들어 준다는 것. 
> 여행 중, 그 동안 '일을 하면서 느끼지 못한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 
> 내가 그동안 '익숙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사고'를 해볼 수 있다는 것.
> 이 세상에는 수 많은 삶들이 존재하고 정해진 길은 없다는 것. 

생각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 준다고나 할까요? 

> 생각의 틈을 발견하기 위해, 
>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직접 느끼기 위해, 
> 그 동안 살아왔던 나의 모습이 '정말 나 자신인지' 돌아보기 위해, 


저는 퇴사 후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여행이 좀 더 긴 장기여행이면 좋겠네요. 사람도 많이 만나고.... 


미얀마, 태국을 여행하면서 가지고 느낀점을 '여행노트'에 적었습니다. 

> 내면의 소리를 따라가자. 
> 규범, 틀에서 조금 벗어나서 사고해보자. 
> 운명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 Cross The Borders. 앞으로 더 많은 여행을 해야지.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이 스쳐지나갔습니다. 

> 미얀마 양곤에서 만난 독일 친구, 그녀는 독일중국의 혼혈 출생으로 프랑스, 독일, 영국, 뉴욕, 중국, 대만을 옮겨다니면서 산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자기를 동양인으로 보고, 중국에서는 자기를 서양이라고 보아 조금 힘들었지만 "나라, 출생"이 나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 같이 아침식사를 한 일본 아주머니, 자식들이 왜 홀로 미얀마 여행을 떠나는지 물음표를 ?? 던졌다고 한다. 
> 40이 넘었지만 독신으로 요가강사를 하던 일본 아주머니, "젊을 때 모든것을 할 수 있어. 하고 싶다면 해봐야해", "나는 너가 하고싶다면 독신을 추천해"
> 공항에서 만난 터키 할아버지, 나는 Old Man이야. 사람 얼굴만 봐도 다 알지..이제. "아가씨가 더 여행하고 넓은 세상을 봤으면 좋겠어."
> 치앙마이에서 만난 동갑내기 폴란드 친구. "난 영국에서 회사생활하는게 이제 너무 힘들었어. 명상센터를 간 후, 동남아 어딘가에 정착할 생각이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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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나마 내가 있던 곳에서 벗어나 
전혀 몰랐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동안 놓쳤던 가치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여행을 하며 
나는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하면 즐거움을 느끼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변화는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니까요. 

이로 인한 변화가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나에게 어울리는 일은 무엇일까,
내 성향은 무엇일까,
어떻게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탐구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발견한 좋아하는 문구

" 정답은 정해져 있다는 압박감을 느낄 때면 여행지에서 만난 
수많은 인생들을 생각한다. 아마 이런 것들을 위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

- 책<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중 - 


2017.11  Myanmar - Yangon
Photo by. dandanbi